7월에는 오랜만에 자막 제작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강의는 되도록 거절하는 편이라 자주 하지는 않아요. 바로 일거리와 연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에게 강의를 하는 게 마음이 불편해서요. 하지만 자막 제작을 직접 해 본 수강생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일이 아니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중국, 베트남 외 다양한 국적의 수강생들과 수업을 진행습니다.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도록 글자를 줄여야 하는 영상 번역에 관해 설명할 때 아래 같은 문제를 내곤 하는데 같이 풀어보실래요?

<문제>
아래 문장을 5자로 줄여보세요.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자,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들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정답>
경칩입니다. <-이 부분을 드래그하면 정답이 보입니다.

한국 사람들과 수업할 땐 답을 보여주면 "아!"🤩 하는 표정으로 바뀌는데 다국적 수강생들과 진행하다 보면 1/3쯤 "어?"🙄 하는 표정을 지어요. 그럴 땐 "영상을 보는 관객층을 고려한 어휘 선택이 중요합니다"하고 마무리 합니다. 😁

2018년에도 다국적 수강생들과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때는 수료생이 한국 영화를 모국어로 번역해서 상영했는데 신과 함께, 리틀포레스트 같은 당시에 개봉한 영화를 다국어 자막으로 1만여 명이 관람했죠. 자막은 영상을 한 명이라도 더 보게 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니까, 자막 만드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관객과 만날 때 입니다. 

강의를 마치고 다시 자막단의 영화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 강원도에서 텐트치고 별 보며 하는 영화제도 좋고, 밤새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둘러앉아 영화 얘기를 하는 영화제를 다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며칠 동안 한 감독이나, 배우의 영화를 모아서 보기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좋은 파트너와 영화인을 찾으면 다시 할 수 있겠죠?

님은 어떤 영화제에 가보고 싶으세요? 저희와 같이 영화제 만들어 보실래요? 의견을 나눠주시면 함께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21세기자막단

김빈

추신: 지난번 레터의 서스페리아 자막 이야기는 제가 반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첫 상영에는 자막이 있었고 두 번째 상영에는 관객 피드백을 반영해서 그 대사를 빼고 상영했다고 하네요. 당시 자막을 총괄하신 부장님이 알려주셨습니다. 확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