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근 길에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잘 뛰지 않는데 오늘은 버스 정거장을 향하는 그 차를 꼭 잡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때 이미 정거장에 서 있던 5살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느껴졌습니다. '기분탓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버스를 겨우 잡았는데 제 앞에 있는 그 아이가 작은 손을 까딱까딱 하며 저를 향해 뭔가 말하고 있더라고요. 이어폰에 소리를 끄고 들어보니 "빨리, 빨리"였습니다. 버스가 출발할까 봐 걱정을 했는지 제가 타자마자 엄청 좋아했습니다. 저도 그 아이의 응원덕에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던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은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교육 영상을 제작 중입니다. 물론 실무는 담당 PD님이 합니다. 저는 기획 단계가 아니라면 주말까지 작업해야 하는 일정일 때 보조로 투입됩니다. 영상은 여러 편을 시리즈로 제작할 예정이라 공개가 되면 레터를 통해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자막단은 법적으론 일반 주식회사이지만 시작은 사회적기업이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조직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사무실도 그 인연으로 이사를 왔죠. 마음 맞는 조직들이 보증금을 모아서 대출 받고, 건물을 구매해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대료를 모아서 대출 이자를 상환하고 관리비로 건물 보수와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죠. 코로나 때는 운영이 어려운 조직의 임대료를 줄여주고 소비재는 최대한 건물에 있는 생협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도우며 함께 넘어왔습니다. 어려운 점도 있지만 제일 좋은 점은 다른 건물에 있을 때는 주변 회사나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여기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 건물에서 근무하는 분이겠거니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게 됩니다. 가끔 2층 병원에서 내리는 손님들이 있어서 민망해지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난 레터는 지금까지 보낸 편지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다양한 의견들 중에 저는 개인적으로 스포츠 영화제와, 영화인의 작품과 삶을 시간 순으로 정주행하자는 의견에 눈길이 갔습니다. 가장 많은 의견은 "무조건 응원한다"였습니다. 세상에..... 레터를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응원을 받는 것 같아 감사한데 그런 얘기까지 해 주시다니요.

저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고마운 걸 잘 표현해 보자는 생각으로 얼마 전부터 매일 세 가지 감사 일기 써보기에 도전 중입니다. 매일 세 개를 채우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오늘은 이미 두 가지가 생겨서 뿌듯합니다. 오늘 아침 내가 버스를 탈 수 있게 응원해준 아이에게 감사, 끝까지 저의 편지를 읽어주신 님께 감사합니다.

2023년 8월 31일

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