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극장에서 자막 오퍼레이팅을 했습니다.

아트나인에서 진행한 '프랑스 영화 주간' 상영작 중 베트트랑 보넬로 감독의 '비스트(Beast)'의 자막을 상영하고 왔습니다. 영화 제목 '비스트'는 주인공 가브리엘이 1910년, 2014년, 2044년 세 번의 환생을 거치며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 공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자막 상영을 하기 위해 미리 전 편을 보고, 극장에서 상영을 하면서 다시 봐도 볼 수록 좋아지는 영화였습니다. 

자막 오퍼레이팅이란 영화를 영사기로 상영하는 동안 자막을 프로젝터로 상영하는 일입니다. 영화제나 특별 상영회 같은 곳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사전에 영상에 맞춰서 자막 파일을 제작하지만 상영 중 문제가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퍼레이터가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영화제에서 노트북을 켜고 극장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면 자막 오퍼레이터일 겁니다.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할 때는 영사기의 속도가 극장마다 다르거나, 필름을 이어 붙인 부분이 튀는 경우 다음 대사가 나올 때 타이밍이 달라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때 오퍼레이터가 화면과 자막이 일치하도록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일을 합니다. 디지털로 바뀐 후에는 이런 사고의 위험은 거의 없어져서 필름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자막을 상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막 오퍼레이터는 극장 안에서 자막을 상영하기 때문에 관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제가 어떤 감정을 느낀 장면에서 관객들의 비슷한 반응이 나오면 자막을 잘 만들었나 하고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객들과 나란히 앉아 오퍼레이팅을 하다보니 자주 현장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가깝게 오퍼레이팅 가능성이 있는 일정은 6월입니다. (제 차례까지 오지 않을 것 같지만요.) 요즘 자막단은 6월 5일에 개막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자막을 제작 중입니다. 다양한 국가의 환경 영화들을 작업 중인데 다음 레터에서는 어떤 영화를 작업했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궁금한 주제나 작품이 있다면 답장을 보내주세요. 저희가 님과 보고 싶은 영화와 함께 추천작에 넣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21세기자막단

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