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 번째 덕질은 야구와 영화였습니다. 야구는 어릴 때 중계가 있는 날이면 아빠 옆에 앉아 TV로 보다가 자연스럽게 팬이 되었죠. 비슷한 시기에 영화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자막단을 하게 된 것도 '영화를 실컷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로 영화제 자원활동을 한 덕분이었습니다. 자막 편집자된 후에는 매년 수십 편의 영화를 무조건 봐야 해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10년째 자막단에서 독립영화 제작 지원을 하는 것도 영화에 팬심을 담아 지속중인 소소한 덕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를 보는 게 일이 된 다음에는 극장을 가뭄에 콩 나듯 가고 있지만 자막단에서 제작했던 작품들이 개봉하면 최대한 극장에서 보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자막단에서 작업했던 빅슬립이 개봉해서 사무실 근처 극장에서 보고 왔어요.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닮은 듯한 등장 인물들은 메마르고 딱딱해 보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아마 감독님이 생각하고 있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전해진 거겠죠? 하지만 어제 서울의 봄을 보고 난 후 아직 화가 안 풀려서 빅슬립으로 충전한 인류애를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 😤

다음엔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요? 극장에 있어도 OTT에 있어도 좋아요. 님이 좋아하는 영화를 추천해 주시면 찾아보겠습니다.

2023년 11월 30일

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