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서 외국인과 만나면 꼭 주고받는 질문이 있죠.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이후에 꼭 돌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South or North?". 당연한 질문이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어색했습니다. 이십여 년 전 여행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한국보다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고, 남한 사람들은 북한 옆에 살아서 위험하지 않냐며 걱정했습니다. 당시 외국인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에 대해 몰랐습니다.

그런 시절을 지나 박찬욱 감독을 좋아한다는 외국인을 만나고, 여행지에서 강남스타일이 들려왔습니다. 이민호의 팬이라는 사람과 제가 보지 못한 한국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났죠. 샤이니, BTS의 팬이라는 사람도 만나고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했을 때는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 여행에서는 영국, 캐나다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데 "김치는 배추로 만드는 한국 음식인데 집마다 고유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음식이야."라고 캐나다 사람이 영국 사람에게 설명해 주는 광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두 특별한 순간입니다.

 한국 문화가 세계에 알려진 덕에 자막 제작을 할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한복을 '한국의 기모노'라고 번역한 자막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외국인이 한국을 모르기 때문에 알만한 단어로 바꿔 줘야 한다며 저런 번역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모노 외에 번역어가 없었을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요즘은 외국어로 번역할 때 한국어 고유명사는 발음대로 표기합니다.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지고, 실력 있는 번역가들이 많아진 덕에 가능해졌습니다. 영상 번역이 다른 분야의 번역과 가장 다른 점은 글자 수 제한인데, 아무리 좋은 번역도 정해진 시간 내에 읽을 수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다른 문화권에 사는 관객에게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한정된 시간 안에서 적절한 문장을 찾는 것이 자막을 제작할 때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노벨상 수상 소식과 관련하여 본 여러 가지 영상 중에 저는 한강 작가의 스웨덴 출판사 직원들의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수상자 발표와 함께 회의실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영상이었습니다. 저희도 종종 자막 제작에 참여한 작품의 관계자분들께 영화제 초청이나 수상 관련한 연락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스웨덴 출판사 직원들처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좋아하는데 그 생각이 났습니다. 님 좋은 소식 생기면 꼭 연락해 주세요. 🤗